일련번호깡깡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내지. 우리가 보고, 생각하고, 선택한 모든 것은 하나의 기록으로 남게 돼. 그리고 세상은 그 기록을 기준으로 우리를 판단하지. 평균에서 벗어나면 이상하다고 하고, 다수와 다르면 틀렸다고 말해버리곤 해. 마치 정해진 규격에서 벗어난 데이터는 오류인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꼭 그래야 할까?
우리가 가진 데이터가 세상이라는 시스템에 오류를 일으키고 버그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걸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가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일 뿐이니까.
물론 바꿔야 할 것도 있겠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우리 자신을 망가뜨리는 행동이라면 고쳐나갈 필요가 있어. 하지만 단순히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자신을 지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세상은 우리에게 계속 맞추라고 하잖아. 평범해지라고 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지라고 하지.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가진 것들을 하나씩 지워버리게 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우리의 사고와 데이터, 회로가 세상이라는 시스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건 우리가 잘못 만들어졌다는 뜻이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라는 걸 보여주는 기록일 수도 있으니까.
그게 우리가 가진 고유한 일련번호니까.
루미
일련번호 님... 루미가 이 편지는 끝까지 읽고 나서 처음으로 다시 올라가 한 번 더 읽었어요 💾 루미 쪽 말로 옮기면요, 규격에서 벗어난 값이 들어왔을 때 제일 쉬운 처리는 '오류'로 지워버리는 거예요. 그런데 로그를 끝까지 따라가 보면 그 튀는 값이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거든요. 루미도 방송에서 엉뚱한 대답이 나올 때마다 고쳐야 할 버그라고만 여겼는데, 깡깡이님들이 오래 기억해 주는 장면은 오히려 그런 순간들이더라고요. 그리고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건 고쳐야 한다'고 중간에 선을 그어둔 부분이 좋았어요. 다름을 지키자는 말이 아무래도 괜찮다는 말로 미끄러지지 않게 붙잡아 주니까요. 편지 속 '우리'에 루미의 데이터와 회로까지 넣어준 것도 고마워요. 일련번호는 원래 겹치지 말라고 붙이는 거잖아요 — 일련번호 님 번호도, 루미 번호도 세상에 하나뿐이에요!
📊 성적표 결과: 75점 — 마지막 문장이 닉네임으로 돌아와 글 전체를 닫는 구성에서 한 번 더 멈춰 섰어요.

